정성구 박사 칼럼, 「맨입으로...」

-정성구 박사(전 총신대, 대신대 총장)

정성구 박사(전 총신대, 대신대 총장)


 1984년이든가? 나는 부산 초량교회에서 부산 지역 <교사 수련회>에 초청되어 설교하게 되었다. 당시 초량교회는 한강 이남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교회였다. 또한 부산 지역의 영혼을 이끄는 중심 교회였다. 역사적으로 초량교회는 주기철 목사님이 시무하던 교회요, 한상동 목사님이 섬기던 교회였다. 당시 초량교회는 최동진 목사님이 목회하고 있었다. 


그때는 한국의 주일 학교 운동이 절정에 달했던 시절이었기에, 부산 지역 교사들이 다 모였었다. 3일간의 일정 중 나는 저녁 집회 때 설교를 맡았고, 최선을 다해서 복음을 증거 했다. 설교가 클라이 막스에 이르렀을 때, 청중 가운데 어느 교회 전도사 한 분이 파안대소하고 웃었다. 그분의 웃음으로 인해 나는 갑자기 혼미해졌고, 설교의 방향을 잃어버렸다. 그래서 설교 원고를 읽을 수도 없었다. 결국 나는 그날 설교를 망치고 말았다. 그가 웃었던 이유는 이랬다. 나는 설교하면서 「여러분! 결국 내 힘으로는 안됩니다」라고 했다. 그때였다. 청중 중 한 사람이 파안대소하며 웃는 것이다. 나는 영문을 알 수 없었기에 너무도 당황했다. 나는 비교적 발음이 정확한 데다, 별로 군더더기가 없는 설교를 해 왔었다. 그런데 문제는 수백 명이 설교를 들어도 듣는 사람이 각각 생각이 다르고 전이해(前理解)가 있기에 오해가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설교 중에 웃고 있는 그 한 사람을 이해 못 했다. 왜냐하면 나는 설교 중에 유머를 쓸 줄 모르고, 순전히 본문의 말씀을 전하는 데만 집중하여 전한다. 그런데 그 사람이 내 설교를 듣고 파안대소하고 웃으니, 갑자기 내 머리는 멍해졌고, 설교의 방향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나는 설교를 실패했다는 자괴감이 들었고, 집회가 끝난 후 그 분을 교회당 뒷문에서 조용히 만났다. 나는 그에게 “오늘 내 설교에 무슨 문제가 있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목사님이 <맨입으로 안된다>라고 해서 크게 웃었습니다”라고 하는 것이다. 


나는 그런 말을 설교에 사용한 적이 없었다는 것을, 스스로가 분명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기가 막혔다. 내 설교에 파안대소하며 웃었던 그 사람은, 「여러분! 내 힘으로는 안됩니다!」를 「맨입으로 안됩니다」라고 들었던 것이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설교자가 아무리 진정성을 가지고, 정확하게, 그리고 적절하게 말씀을 전해도, 듣는 청중은 전혀 다른 말로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설교자가 전하고자 하는 본래의 메시지를 100% 그대로 전달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고 본다. 


 얼마 전, 스타벅스의 신세계 그룹 회장이 스타벅스 사건에 대해 국민들에게 정중히 사과를 했다고 한다. 무슨 영문인지 그 내막을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정부는 미국 기업인 <스타벅스>에 대해 제동을 걸고, 범국가적인 불매운동을 시작했었다. 그러니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으로 일단 수습해야 했었다. 기업의 회장은 담당자를 인사 조치하고, 정중히 대국민 사과를 했었다. 그러자 여당 쪽 반응은 그만하면 됐다는 긍정적 시각이 있었다. 


하지만 정부의 지도자 중 한 분이 불쑥 「맨입으로 안된다」고 했다.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말인가? 맨입으로 안되면 뭘 어쩌라고...그가 <맨입으로 안된다>라고 한 것은, ‘돈을 내라!’는 뜻일 것이다. ‘봐 줄테니 댓가를 지불하라!’는 뜻이다. 무마 조건으로 ‘주식을 주든가, 돈다발을 들고 오든가’ 거래를 하자는 말이다. 어떻게 집권당의 지도자 입에서 ‘사건을 무마할 테니 알아서 하라!’는 협박의 말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러니 <맨입으로 안된다>는 것은 한국 사회의 현 관행이라고 볼 수 있다.


법은 법이고 정치는 정치이니, <맨입으로는 안된다>는 발언은 정치가 법 위에 군림하는 격이다. 하기는 정치만 그런 것이 아니다. 북쪽이 매번 남쪽을 건들며 시비를 걸고 위협을 가하는 것도 사실은 <맨입으로 안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그들에게 돈을 갖다 바치고, 북이 필요한 데로 하다가 그들의 꾐에 말려들고 빨려 들어가는 것이 많다고 들었다. 돈은 돈 데로 갖다 바치고, 그것을 은밀히 거래하다가 종북 세력이 되기도 했다.


어디 그뿐인가? 교회 담임 목회자의 이임과 취임에도 맨입으로 안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전임자가 교회당을 다음 후임자에게 물려주는 댓가로 후임자에게 요구하는 것이 많다고 한다. 그러니 <맨입으로 안된다> 이것은 정부나, 기업이나, 심지어 교회마저 그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니 한국 교회의 쇠퇴를 체감하는 듯하다. 이런 관행이 남아 있는 한,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아니다.


이 땅에는 권력을 잡은 자들의 놀이터가 되어서는 안된다. 모든 것을, 뒷거래로 돈으로 환산하면 결국 이 나라의 진리와 정의가 없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정의와 사랑과 진리를 가르쳐야 할 교회마저 <맨입으로 안된다>라는 발상은, 모든 것이 자본주의 논리에 맞추는 것이 아닐까? 스타벅스의 사건 이후가 참으로 궁금하다. <맨입으로 되었는지, 떡고물이 떨어졌는지?> 알 길이 없다.


 오직 공법(公法)이 물같이, 정의(正義)를 하수같이 흘릴지로다(암5:24)

작성 2026.06.02 21:12 수정 2026.06.02 21:12
Copyrights ⓒ 세계기독교 교육신문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이창희기자 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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